장성기은교회 40주년 스토리텔링 행사
미래자립교회 목회자 초청해 은혜 나눠

조그만 절간을 고쳐 만든 예배당에서 시작한 장성기은교회는 어느새 우람한 공동체로 자라났다. 사진은 예배당 전경. 조그만 절간을 고쳐 만든 예배당에서 시작한 장성기은교회는 어느새 우람한 공동체로 자라났다. 사진은 예배당 전경.

교회를 공동체라고 부르는 데는 그들이 뜻을 함께하고, 삶을 함께하며, 심지어 운명을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저 모였다 흩어지는 게 전부고, ‘나’를 ‘우리’로 확장시키지 못한다면 아직 교회도 공동체도 완성되지 못한 것이다.

장성기은교회(김종인 목사)는 누가 보아도 한껏 무르익은 공동체다. 지난 10월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린 ‘기은스토리텔링’에 참가한 목회자들은 그 사실을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다.

기은스토리텔링은 장성기은교회가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광주전남지역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부부 40여 명을 초청해, 장성기은교회가 자라온 과정 속에서 어떤 정체성과 가치를 추구해왔는지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보통 목회자가 주도하는 세미나 형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장성기은교회 40년의 이야기를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나눈 ‘기은스토리텔링’ 행사 모습. 장성기은교회 40년의 이야기를 미래자립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나눈 ‘기은스토리텔링’ 행사 모습.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말이 있어요.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않고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인데요. 우리 교회를 표현하는데 참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고, 저처럼 까칠한 사람들까지 품어 신바람 나는 좋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정영의 권사가 먼저 자신을 소개한 후 한 명씩 불러낸 사람들은 직분도, 나이도, 신앙경력도 서로 다 달랐다. 김종인 담임목사와 이미나 사모 부부조차 이번에는 수많은 ‘이야기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장성의 꼴찌 교회’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립할 수 있도록 꿈을 품고 열심히 헌신했다는 임정택 장로, 어린 시절부터 이 교회에서 자라 와서 자타공인 ‘장성기은교회의 장녀’라고 불리며 후배들과 아이들을 섬긴다는 오삼순 집사, 교회카페에 들려 대접 받은 차 한 잔이 계기가 돼 지금은 그 카페에서 다른 이들을 대접한다는 4년차의 이명숙 집사, 남들은 베짱이처럼 여긴다는 찬양사역을 스스로는 개미처럼 온 몸 바쳐 감당하고 있다는 강동수 집사 등등.

장성기은교회 온 성도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더해 완성한 40주년 기념집 [춤을 추는 무명한 자들] 표지. 장성기은교회 온 성도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더해 완성한 40주년 기념집 [춤을 추는 무명한 자들] 표지.

여기에 교회의 또 다른 가족인 광신대 김효시 교수,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이박행 목사 등 협력사역자들의 증언까지 더해졌다.

“참 매력 있는 교회에요. 나눔이 풍성하고, 인색하지도 않고, 서로의 약함과 부족함을 보충할 줄도 알고.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은 죄다 할 수 있는 공동체죠.”

오랫동안 장성기은교회와 동역하며 누구보다 그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정도연 선교사(태국)의 설명이다.

각각의 시각에서 서로 다른 스토리를 말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그 이야기를 모아보니 교회 40년 세월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참석자들은 출연한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또 자유롭게 대화도 하면서 건강한 공동체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인 ‘춤을 추는 무명한 자들’은 앞서 장성기은교회 40주년 기념집의 제목이기도 했다. 저마다 지닌 슬픔과 상처들이 주님을 만나고 공동체를 이루며 기쁨의 춤으로 바뀌었다는 뜻을 제목에 담았다.

책에서는 훨씬 더 많은 남녀노소 성도들과 외부 동역자들이 참여해 온 세대가 한 믿음과 한 사랑으로 예배하고, 이웃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음껏 베풀며, 농촌과 도시의 가교역할까지 감당하는 교회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야기와 작은 음악회에다 근사한 음식까지 1박 2일 일정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베푼 ‘기은스토리텔링’은 참석자들과 함께 장성호 출렁다리, 황룡강변 꽃길, 임권택 시네마파크 등 인근 명소들을 산책하는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장성기은교회 김종인 목사 부부(오른쪽)와 오랜 동역자인 태국의 정도연 선교사 부부. 장성기은교회 김종인 목사 부부(오른쪽)와 오랜 동역자인 태국의 정도연 선교사 부부.

김종인 목사는 “40년 전 절간을 고쳐 만든 작은 예배당에서 어린 아이들을 전도하고 키우다가, 결국 이들과 함께 성장해온 교회의 이야기를 더 정감 있게 나누고 싶어서 책도 만들고 이번 프로그램도 기획해봤다”면서 “우리 교회가 겪었던 것처럼 힘든 세월을 지탱하는 중인 이웃 목회자들에게 도움과 격려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다음세대를 위한 사랑의 바자회를 열고 장성군장학회에 1000만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시작한 장성기은교회 40주년 기념행사는 이번 스토리텔링과 기념집 발간 그리고 10월 27일 추수감사전도축제 및 감사찬양축제로 이어졌다.

해외 단기선교에 참여한 성도들. 해외 단기선교에 참여한 성도들.
지역사회 다음세대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해 개최한 사랑의 바자회. 지역사회 다음세대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해 개최한 사랑의 바자회.

11월에는 태국 치앙마이에 선교지 개척교회를 설립하는 예배 겸 기공식이, 내년 4월에는 전 교인들이 그리스 튀르키예 로마 등의 기독교유적지들을 답사하는 순례행사가 예정돼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제3회 기은배 배드민턴대회가 40주년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제 10년 후, 그 다음 10년 후가 되었을 때 장성기은교회의 지체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게 될까. 뜰 앞에 흐르는 황룡강처럼 멈추지도 머물지도 않고 흘러가며, 지금도 세대통합 마을목회 소그룹사역 등을 통해 더욱 건강한 공동체를 일궈가는 이들이 앞으로 들려줄 희년스토리가 벌써 궁금하다.